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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업.. 나의 얘기..
번호:244/1667 등록자:OBLODY 등록일시:96/04/06 16:46 길이:122줄
제 목 : 나의 수업.. 나의 얘기..

올 한 해는 T.A (Teaching Assistant)를 맡았다.


우리 과에 있는 각 연구실에서 한 사람씩 차출(?)이 되어서,
총 11명이서 맡고 있다.
하는 일은 주로 실험 강의가 많으며 실험실 관리, 기자재 관리 등의
관리 업무도 있다. 실험 강의는 2학년 실험, 3학년 실험, 4학년 프로젝트
등으로 세분된다. 그리고 이런 세부적인 각 개인에게 떠맡겨진 일 말구도
과에서 노동력을 필요로 할 때 - 예를 들면 짐 나르기 - 동원된다.

이 중 내가 맡고 있는 일은 2학년 '전기전자공학실험'이다. 약 90여명의
2학년 아해들과 약간 명의 재수강생들을 4명의 T.A 들이 맡고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나다. 나에게 맡겨진(?) 아해들의 수는 26명. 목요일 3교시, 4교시 수업이다.

이 과목을 잠시 설명하면, 컴퓨터 구조의 가장 밑바닥을 이루는 AND, OR,
NOR, NAND 등의 gate 들과 MUX, PAL, ROM 등의 실제적 구현을 해본다. 이보다
더 아래 레벨인 트랜지스터, 저항, 다이오드 등은 전자공학 쪽에 더 가깝다.
좀 쉽게 말해서 고1 수학 시간에 배웠던, 모두 참일 때만 참이 되는 AND
와 모두 거짓일 때만 거짓이 되는 OR를 물리적으로 구현해 보는게 목적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은..
예비 리포트 관리, 실험 관리, 결과 리포트 관리로 나눌 수 있겠다.

첫째, 예비 리포트 관리란..
실험을 하기 위해 미리 알아야할 내용들에 대해서 조사를 해오라는 숙제를
내주고, 실험 시간에 발표를 시키며, 보고서를 받아다가 점수를 매기고
혹 카피본!이 있나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T.A 들은 거의 냈나, 안냈나로 채점을 하던데 - 역시 울꽈답게 이분법
적 사고야.. 0, 1 만 가지고 노는 2진수꽈.. - 난 인간이길 원하는 관계로
일일이 보고서를 읽어보고 맞춤법에 어긋나거나 타이핑 오자를 낸 사항들에
대해서 교정을 봐주고, 내용의 충실 여부에 따라서 부분별 점수를 준다.
이러는데 약 2-3 시간이 소요된다.

둘째, 실험 관리란..
실험에 필요한 기자재를 옆 기자재실에서 가져다가 준비를 하고
아해들이 한 실험이 제대로 됐나 검사를 해주고
마지막으로 사용한 기자재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물론 나 혼자서 다 하는건 아니고 일부 아해들을 시켜서 같이! 한다.

세째, 결과 리포트 관리란..
결과 리포트는 한 조당 하나씩 제출을 명했다. 그러므로 7벌의 리포트를
받아서, 단지 실험 토의 부분만 읽어본다. 대부분은 감상을 쓰지만 - 오늘
실험은 재밌었다.. 힘들었다.. 등 - 추가적인 지식을 조사해온 모범적!인
아해들에 대해서는 추가 점수를 준다.

내가 배울 때는 제대로 체계가 안 잡혀있던 상황이라 막 하드웨어적인 지식
을 배우는 아해들에게 전자회로(3학년 과목)적인 실험을 했었다.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각 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는채..
근데 작년에 새로 오신 교수님 주도로 실험과목의 체계가 생기면서 학생들이
배운 수준에 맞춰서 실험책이 다시 쓰여졌다.

내가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첫째.. 나도 다시 배우고 있다. 예전에는 이해 못했던 사항일지라도 이제는
내가 설명해줘야하는 입장인지라 뚫어지게 쳐다 본다.

둘째.. 채점을 하면서 느끼는건데.. 결코 아해들의 점수를 깍으려고 채점을
하는게 아니다. 나도 사람인 이상 전부다 만점 받아서 흐뭇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만, 그러면 보다 열심히 조사해온 아해들은 뭐가 되는가..
그런 아해들에게 보람을 주기 위한 방법이 덜 충실한 아해들의 보고서를
감점한다. 그리고 타이핑을 쳐서 보고서를 쓰는 관계로 카피하기가 대단히
쉽다. 근데 이건 불로소득을 노리는 대단히 나아쁜~ 사고다. 난 이들에 대
해서 과감히 0점을 때린다. 자기가 하지도 않은 일로 뭔가 바라지는 말자.

에고.. 쓰다 보니.. 넘 심각해졌다.. 까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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