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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2774 / 2774 [등록일] 2001년 01월 23일 21:44 Page : 1 / 4
[등록자] 파르스름 [조 회] 0 건
[제 목] 연구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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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날이다.
고향이 지방인 사람들은 고향으로. 서울이 집인 사람들은 어딘가에.
오로지 나 홀로 연구실에 나와 궁상떨고 있다. --;
평일에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왕소금으로 틀어주는 히터인데,
휴일인지라 그나마도 없다.
다만 내 옆에는 라지에타 하나만이 놓여있는데,
이것의 특징은 사정거리 10cm 내에서만 따뜻하다.
덕분에 다리는 약간 뜨거운 정도인데, 상체는 좀 춥게 느껴진다.
차라리 라지에타를 놓지 않으면 다리를 제외한 부분이 이렇게까지
춥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리가 따뜻해지니 상대적으로 다른 부분이
심할 정도로 추워지고, 몸 전체를 라지에터를 향해 붙게 된다.
점심 먹고 나와서는 이리저리 웹서핑과 음악과 동영상에 파뭍혀 있었다.
저녁이 되어 배고픔을 느끼고, 낙성대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편의점으로 가려다가 이렇게 추운데 집에 가서 따뜻하게 논문읽자
생각이 들어 곧장 집으로 향할까도 고민하고, 결국 편의점에서 몇 개의
도너츠와 아침햇살을 사먹고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나에게 있어 공부와 컴퓨터는 거의 상극이므로.
도서관에 도착하니 주위가 썰렁하다.
설날에는 도서관도 휴관이다.
이대로 집에 갈까 또다시 고민하다가 연구실로 올라와 작은 방에 쳐박혔다.
작은 방은 건물 한가운데에 있는 창문이 없는 공간인지라 그나마 따뜻하다.
내 자리가 아니고 내 컴퓨터가 아닌지라 논문을 어느 정도 읽고
몇 가지 방향을 생각하고는 큰 방 내 자리로 돌아왔다.
몇 주 전부터 DVD 화질의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물을 보아왔다.
미래소년코난은 지난 주에 다봤고, 지금 카우보이비밥을 끝냈다.
둘다 약 22분정도의 26편짜리이다.
코난에 대해서는 언제 봐도 슈퍼 발가락이 제일 인상깊다.
코난이 78년쯤 작품이라는데 지금 봐도 재밌고 촌스럽지 않은 걸 보면
명작은 명작인가보다.
휴우..
사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게 아니었다.
편의점 내려갈 때 라디오에서 들려온 멘트.
최승자 시인의 시집에 실려있는 한 구절.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은 찾아온다.'
절실하게 느껴진다.
또다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평생 하며 사는 인생.
예를 들면 가장 좋아하는 야구를 평생 한다거나, 영화를 평생 만든다거나,
가수가 된다거나 등등.
자기를 위한 인생.
또는, 슈바이처 처럼 다른 사람들에 대한 봉사 활동으로 평생을 사는 사람들.
남을 위한 인생.
또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인생이든, 이타적인 인생이든 각각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다 부질없게 느껴지는 걸까.
어릴 적부터 그랬던 것 같다.
꼭 처음에는 잘못해 망치고는 두번째 할 때는 제법 근사하게 잘해냈다.
다시 시작한다면 잘할 것같다.
그러나.. 아직 이런 말하기에는 어린 것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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